ICAS 서울현대미술연구소


  DB관리자(2017-11-30 10:41:00, Hit : 582, Vote : 101
 한국현대미술 다시 읽기 V - 심포지엄(이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현대미술과 국전: 혼성화와 제도화의 시간성


        한국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시작은 대체로 1950년대 후반 앵포르멜을 필두로 한 비주류미술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미학적 대항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앵포르멜에 대한 논의는 그 명칭과 형식을 둘러싸고 외래적인 기원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미국의 현대미술도 유입되었으며, 20세기 전반 세계미술의 중심이었던 프랑스에 대한 미술작가들의 동경은 유학과 비엔날레 등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후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강렬한 조형언어인 유럽의 앵포르멜과 당시 무르익어가던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수용은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시작을 한국 서양화가가 등장하고 활동한 일제시대로 앞당긴다하더라도 상황은 유사하다. 따라서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는 불가피하게 서구미술의 수용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하겠다.
        전후 서구미술이 한국적인 맥락에서 수용되는 과정은 혼성화와 제도화라는 두 단계로 생각해볼 수 있다. 기성 미술에서 한계를 절감한 새로운 세대의 미술작가들은 외래의 새로운 미술에 대한 정보 취득에 적극적이었고 이에 능동적으로 반응하였다. 1950년대 후반부터 10년을 주기로 새롭게 등장하는 미술가 그룹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들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실험, 토론, 전시 등은 앵포르멜, 기하학적 추상,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단색화 등의 한국적 혼성을 생산했다.
        국전은 전이된 서구미술로 만든 한국적 혼성을 한국미술계의 인증을 받은 미술로서 확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전위적인 그룹에 속하지 않은 작가들까지 포괄한 국전은 다양한 혼성의 차원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한국현대미술의 지형과 조류를 불완전하나마 반영하였다. 특히 국전에서 이뤄진 한국현대미술, 특히 추상회화의 제도화는 두 번의 기점이 결정적이었다. 1961년 제10회 국전에는 정치적인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요구와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추상회화, 특히 전위적 앵포르멜이 대거 출품되었다. 1969년 제18회 국전부터는 서양화의 구상과 비구상 부문이 분리되어 운영되었다. 이는 앵포르멜이 제도권 내의 추상화로 자리 잡고 기하학적 추상이 대두하던 시기에 맞물려 추상회화가 제도권 안에 구상회화와 대등하게 수용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현대미술의 전개에 나타난 혼성화와 제도화 과정은 두 번의 지연을 의미한다. 외부와 내부 사이의 시간 차이가 그것인데, 서구미술이 한국적인 맥락에서 실험되고 수용되는 혼성화 과정에서는 서구의 미술 현장과 한국의 미술 현장이, 국가적 전시제도에 의한 제도화 과정에서는 전위적인 미술가 그룹들 그리고 국전을 둘러싼 기성의 미술제도가 각각 외부와 내부가 된다. 혼성화와 제도화에서 나타나는 지연은 외부와 내부 사이의 공간적 거리와 함께 시간적 거리에 기인한다. 공간적 거리는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장소를 둘러싼 힘의 관계 구조와도 관련되며, 시간적 거리는 공간적 거리와 장소 자체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미끄러짐 때문에 야기된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현대미술에서 작동해온 논리는 환유라고 볼 수 있다. 혼성화의 과정에서는 서구미술에 대한 참조가 이뤄지고, 제도화의 과정에서는 미술 현장에 대한 참조가 이뤄진다. 이때 드러나는 시간성은 알레고리적이며, 한국현대미술의 시간성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는 새로운 것이지만 지난 것을 내포하고 있다.




Name
Memo      


Password


한국현대미술 다시 읽기V 심포지엄(도병훈, 작가)
한국현대미술 다시 읽기V 심포지엄(고용수,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원)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ic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