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S 서울현대미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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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현대미술 다시 읽기V 심포지엄(편완식 세계일보 미술전문기자)

<한국미술호 어디로 항해하고 있나>
편완식 세계일보 미술전문기자


1. 심상치 않은 미술동네 움직임 / 글로벌 갤러리 페로탱, 페이스 등 국내진출,
   경매사 필핍스도 내년에 서울 사무소 개설

요즘 한국미술을 논할 때 중심축은 미술시장이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시기엔 수요자의 취향이 미술의 흐름을 이끌어 갔다. 종교와 정치권력이 미술품 가치 판단을 좌지우지 했다. 이젠 자본가 등이 주도하는 미술시장이 미술판 이야기의 전부가 된 시대가 됐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국내미술시장 현황이 별로 중시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이 글로벌화 돼 가면서 불투명한 관행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공식화된 통계마저도 아예 시장통의 ‘콩나물 가게’가계부로 치부될 정도다. 외국 메이저 화랑과 경매사들의 국내 진출과 맞물려 국내 미술시장 정보들이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컬렉터들이 믿지를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큰손들은 ‘약속어음’이 될 수 있는 검증된 유명 글로벌 작가의 작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외국갤러리들의 국내 컬렉터들을 직접 공략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파리 페로탱 갤러리는 서울 팔판동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 화랑인 페이스갤러리도 서울 이태원에 둥지를 틀고 주도면밀하게 국내미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진입 갤러리들은 미국과 유럽 미술품을 사들이는 국내 컬렉터들에게 ‘직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금들이 검증이 끝난 외국 유명작가 작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해 달라는 수요가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자금 규모가 1조원에 가까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 유명갤러리는 국제적인 유통망을 지니고 있어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부터 신예 외국 작가의 작품까지 모두 전시할 수 있다. 해외 작가들에 대한 한국에서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만큼 국내 컬렉터들을 흡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해외갤러리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한다면 미술시장의 글로벌화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도호 작가가 소속된 뉴욕 첼시 리만 모핀 갤러리도 한국 분점을 서두르고 있다. 경매사 필립스도 한남동에 내년 상반기 사무소를 연다고 한다. 이에 앞서 필립스는 국내시장타진 차원에서 홍콩경매 프리뷰전시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었다.
크리스티, 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옥션으로 통하는 경매회사 필립스(Phillops)는 런던에 본사, 뉴욕과 홍콩에 거점을 두고 정기 경매를 진행한다.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고미술을 포함해 미술 전반을 다루는 데 반해 필립스는 시계·가구·보석 등 디자인에 강하며 도자기·고미술 등은 다루지 않는다. 대신 동시대 현대미술에 강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서양 경매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미술이 경매를 중심으로 급성장하자  홍콩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한국에선 크리스티가 사무소를 두고 홍콩 경매는 물론 뉴욕·런던 경매들과 한국 미술계를 연결하고 있다.

글로벌한 갤러리와 경매사들의 국내 진출은 결국 해외 미술품 ‘직구’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0년 내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국내 경제 규모에 비춰본다면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보수적인 진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계적 화랑들이 국내 컬렉터들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자신들의 전속작가 작품을 집요하게 마케팅하는 배경이다. 외국 대가의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천명할 정도다.

국내 미술시장이 유동자금을 흡수 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천문학적인 자본유출이 염려되는 이유다. 한국미술의 다양한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미술계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미술이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의 여력은 충분하다. 10배 이상의 가격 상승 가능성도 크다. 상투잡이에 근접하고 있는 외국작품에 비해 안전한 투자처란 분석이다. 한국고미술시장도 진위 감정의 신뢰도에 따라 폭발적인 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컬렉터와 기획자, 딜러, 행정가들이 가치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치 지향의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미술 소사이어티’가 형성돼야 한다.


2.미술관 역할의 부재/공개적 외부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국가의 상징적 미술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 이들이 많다. 세계 미술문화 시장 속에서 한국 미술의 방향타를 잡아가고 있냐는 것이다.  21세기 한국미술의 세계무대 진출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미술계의 중론이다. 역량과 비전, 플랜도 점검해 봐야 한다.

국현 50주년 기념전도 50년간 축적된 학예역량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거의 나열식에 그쳐 공감할수 있는 키워드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미술문화발전에 기여는커녕 기획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필요하다면 외부기획도 과감히 수용돼야 한다. 스스로에게 잘된 기획전시가 뭔지, 기획전시의 전문성 및 형평성이 충족됐는지 따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 총체적으로 예산만큼 미술계의 발전과 시민들의 미술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기여하고 있나 답해야 한다. 전문 학예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도 있어야 하다. 교육 프로그램의 수월성 검증, 수혜자 반응 조사도 필수다.

예산규모 및 집행의 투명성과 합리성 검증도 필요하다. 소장품 매입의 적정성 및 중장기 계획 공개, 미술계 검증 등이 공론화 돼야 한다. 소장작품 매입 계획 경로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소장작품 조사가 필요하다. 소장작품 매입가격 결정 근거확인도 매한가지다.
개관 이래 현재까지 소장품 전수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보존실태 파악과  관리 치원에서도 절실하다. 소장품 대여관리도 적정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 왔는지 살펴야 한다.
기획전시 예산운영의 적정성도 검증돼야 한다. 방만하고 소모적인 예산운영을 막기 위해선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수다.

국현 관장은 한국미술 전반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제격이다. 서구 미술관에선 전문성과 행정력을 두루 갖춘 미술관장을 뽑는 게 어려울 경우 오랫동안 공석으로 비워두기도 한다. 유능한 관장 한 명이 미술관은 물론 그 나라 미술계 전체를 업그레이드시키기 때문이다. 27세에 MoMA(뉴욕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이 된 앨프리드 바(1902∼1981)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의 탁월한 전시기획력과 합리적인 운영에 힘입어 MoMA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로  우뚝 서게 됐다.

현대미술은 컬렉터(자본가)와 미술행정가, 미술관 큐레이터, 저널, 비평가, 작가가 함께 끌고 가는 수레바퀴라 할 수 있다. 세계 미술시장이 아시아로 중심 이동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미술시장은 호기를 잡기 위한 토양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술관들은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약속어음임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주려고 해야 한다.
작가들에게 미술관은 커리어 관리의 핵심기관이다. 작가 스토리가 만들어져 세계미술계에 내놓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모마 등에서 40~50대 작가들의 회고전이 열리는 이유다. 비엔날레 작가 따로, 미술관 작가 따로 노는 것이 한국미술 마케팅의 현주소다.
최근 들어 미술관들이 다양성 이란 명분 아래 정제되지 않은 대안공간성 전시들을 난발하고 있다. 다양하기에 오히려 더욱 큰 흐름을 잡아줄 수 있는 통찰적 전시가 절실한 데도 말이다. 역사적으로 당대엔 모두가 다양해 보이게 마련이다. 다양성 이란 이름 아래 기획역량의 궁핍을 숨기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3.언론의 비평적 기능을 되돌아 본다 / 저널비평의 과제

언론의 비평적 기능은 대중의 입장에 서서 미술을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미술문화는 예술가들에 의해 생산된 예술성을 대중들이 향유함으로써 완성되고 확산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은 미술내부의 가치를 지향해 왔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그 가치를 확신시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미술문화 시장이었다. 미술관이나 미술대학, 저널과 화랑들이 예술가와 미술문화 소비자를 매개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이런 기관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은 국고나 시비를 통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하고, 국민들의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점을 대중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저널을 통해 확산시키는 일을 저널비평이 맡아야 한다. 미술비평이 미술내부의 이슈들을 비판적으로 다룬다면, 저널비평은 그 미술의 문화적 가치를 대중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대중의 언어로 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미술현장의 현상에 집중하게 된다. 일군이 주도하는 현상들이 마치 한 시대의 미술가치인 양 떠들어 대면 그것이 핫이슈인양 검증 없이 보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평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거의 속수무책이다. 뉴욕타임즈 같은 저널비평이 절실한 이유다. 특정 2~3명의 기획자들이 다루는 작가들이 미술관 기획전은 물론 메이저 갤러리까지 뺑뺑 도는 사태는 한국미술의 스펙트럼을 좁히고 있다. 대중들에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시선을 끌어 잡아당길만한 기획이나 작가들이 등장할 수 없는 구조다.
비평부재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알아먹기 어려운 철학서적 같은 비평, 모두가 대가인 주례사 비평, 작가이름만 바꿔 끼면 모든 작가들에 호환되는 비평 등이 현실을 말해준다. 이 모든 것들이 풍성한 한국미술 시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단색화 위주로 거래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전’시기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살펴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국전 대통령상은 일간지 1면을 장식하고 TV 9시 뉴스가 다룰 정도로 대단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미술 인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높은데,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다. 미술계도 이렇다 할 활동이 없고, 시장의 여력에 비해 가치생산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전의 쇠락은 저널의 책임도 크다. 저널의 특성 상 이슈를 중심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는데, 건강한 이슈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불편한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미술계의 대처도 미흡했다. 가령 국전의 심사 잡음의 경우 발단과 결말을 명쾌하게 밝혀 공론화되게 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해결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었다. 심사 비리가 국전에 이어 중앙미술대전, 한국일보 대상전, 동아일보 대상전, 미술대전 등등에서 계속 대물림되었다. 자정 능력이 없는 미술계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이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2007년을 정점으로 미술시장 호황기엔 가치담보를 못해줘 모처럼 돌아온 대중들을 또 실망케 만들었다.

한국현대미술을 다루는 비평과 미술사들을 보면 일간지 등에서 다룬 기사들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널의 기사를 비평과 미술사에 그대로 인용해서 다루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미술비평과 미술사는 현장의 사건을 다루는 작업이 아니지 않나? 대중과 미술을 연결해주는 저널비평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중들이 가치를 소비하게 해 줘야 한다.
한 시대의 문화에서 이념이 뿌리라면 꽃은 미술이란 말이 있다. 이 시대 한국문화의 꽃은 한국미술이다. 꽃은 우리가 피워내는 것이다. 어떤 꽃을 피워낼지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분명 우리 미술역사 속에 진화된 한국미술의 우월한 유전자가 뭔지 살펴보는 일은 역사에서 얻는 교훈 같은 것일 게다. 한국미술 좌표설정에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처럼 전통이나 역사를 신화화해 그 속에 도피하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 글로벌 시대에는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안 통한다.

“한국미술의 독자성을 말하는 것은 한국적 미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류 시선에 대한 다층적 해석이 여기에 얼마나 담겨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서구의 스타일에 우리의 시선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진정성을 통해 인류 시선의 비극적 서사를 냉철하게 대면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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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 다시 읽기V 심포지엄(오상길, 기획자)
한국현대미술 다시 읽기V 심포지엄(도병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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